코로나 19 전과 후로 나뉜 나의 생각의 대전환
이번 글을 다시 한번 COVID-19(코로나바이러스)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사회는 인간의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이기심과 편견, 차별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었고 그에 따라 내가 잊고 살던 삶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의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격리, 셧다운, 이동 마비로 인해 도시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속수무책으로 붕괴되어가는 의료시스템을 지켜보며 빈부격차의 갭을 더욱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코로나 19는 인간에게는 ‘위기’지만 자연에게는 회복의 ‘기회’로 작용해 맑아진 강과 바다, 깨끗해진 공기를 가져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나는 팬데믹이 바꿔놓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더 이상 익숙해져 있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엔, 너무나 많은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 문제들이 대두되었고, 나의 삶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또 다른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나의 삶과 그 삶을 영위하는 이 사회, 지구 환경을 대하는 나의 모습, 그리고 나의 삶의 방향을 생각하며 틈틈이 끄적였던 나의 생각을 앞으로의 글에서 하나씩 정리해 보고 싶다.
코로나 19 전과 후로 나뉜 나의 생각의 대전환 1편
행복한 소비에 대한 나의 생각
얼마 전 아버지가 15년 동안 꾸준히 내 이름으로 투자해 온 펀드 상품을 정리하러 갔었다. 펀드 매니저는 오래되어 수익성이 떨어진 투자 상품(주로 생산업과 오프라인 서비스의 회사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종목에 재투자하라고 권유했다. 그 종목은 바로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유통업체 아마존과 같은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업이었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상승해 온 주가 그래프를 보여주며 그의 말에 신빙성을 더했다.

코로나로 인해 도시가 봉쇄되고 이동 제한과 격리 조치가 취해지면서 나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고, 온라인을 통한 소비가 많아졌다. 무분별하게 화면에 뜨는 광고들과 알고리즘을 이용한 추천 상품 링크들은 계획하지 않은 소비를 하게끔 만들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쇼핑할 때 충동 구매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더라도 이러한 형태의 비대면 서비스 산업의 성장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나를 포함해 이번 기회를 통해 온라인 소비 방식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더 자주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비하는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동할 뿐이지 소비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소비가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은 매우 크다. 어떤 소비를 하느냐에 따라서 개인의 개성과 정체성이 평가받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스타일이나 외모는 정체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대상이 되지만 이 대상은 소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살고 있는 집, 타고 다니는 자동차,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느냐가 한 개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0Co1Iptd4p4&feature=youtu.be영화 미니멀리즘 예고편 – 넷플릭스에서 전체 영화를 볼 수 있다.
netflix 영화 [미니멀리즘 : 중요한 것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는 미니멀리스트인 두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화려한 뉴욕 전광판, 사람들로 가득 찬 거리, 시끄러운 도시 소음 그리고 세일 간판이 걸려 있는 옷 가게의 장면들로 시작한다. 그리고 남자는 말한다.
“우리는 자동적이고 습관적인 행동으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죠.
무언가를 찾아다니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요.
하지만 그걸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없죠.
무언가를 찾아다니는데 너무 매달려서 그게 우릴 불행하게 해요”

나도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사회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결정과 소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TV나 SNS 그리고 영화나 책 등에서 보여지는 기본적으로 갖추고 살아가야 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기준에 현혹되어 굳이 필요로 하지 않지만 자동적으로 그리고 습관적인 소비를 하며 살고 있진 않는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 중에는 옷이 제일 많다. 유행에 따라 사놓고 입지 않은 옷들, 작아져서 입지 못하는 옷들, 선물 받았지만 취향이 맞지 않는 옷들로 가득한 옷장을 공개한다.

아침마다 나는 옷을 고르는데 평균 20분의 시간을 소요하는 것 같다. 또 옷을 빨고 개고 정리하는데 드는 시간은 하루 평균 30분이다. 매일 총 50분의 시간을 옷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된다 (3일 동안 실험한 과학적인 통계이다). 물건이 많으면 그만큼 그 물건을 관리하고 유지시키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그 시간을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하고 편안하게 아버지가 물려주신 사업을 하는 것이 좋지 않냐고 조언도 많이 했었다 (물론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 쉽다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위해 또는 내 일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겪는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로 취업하기 어려운 이 시기에 가족의 일을 돕다는 것은 최선의 선택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어떤 물건을 살지 선택하는 것처럼 내 삶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선택하는 것도 내 몫이라 생각했다. 누군가가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옷을 선물하면 입지 않게 되는 것처럼, 그 누가 내 삶에 방향을 정해주면 그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내게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라고 말하는 사회의 기준에 나를 맞추지 않기로 했다.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기준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어떤 소비를 하는 것이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 주는지 이제 차차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고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주변을 정리한다면 습관적인 소비로 공허함을 채우는 가짜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나는 펀드 매니저의 공들인 설득에도 불구하고 그냥 모든 주식을 정리했다. 내가 그 돈을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목돈을 펀드상품에 투자해 더 많은 돈을 쉽게 벌 수는 있었겠지만 (돈을 잃을 수도 있다.) 나는 지금 현재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또 나를 행복으로 이끌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지금도 매일 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물건도… 다음 글에선 변화된 나의 옷장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경아 환경 운동가/영상 감독, 슬리퍼스 써밋
The show must go on.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코로나가 처음 상륙했을 때 혼란과 불안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새 반년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이 안에서 우리는 각자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멈춰있고 포기할 수밖에 없게 돼버린 것들도 많지만, 적어도 모두가 한 번 이상의 살아남아보려는 시도를 했었다는 건 분명하다.
페스티벌과 라이브 콘서트 산업도 마찬가지다. 혹자에게는 공연은 필수가 아닌 기호에 관한 문제이기에, 이런 이야기를 논한다는 것이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또한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업’이 걸려있는 이야기다.
공연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하고, 기술이 아무리 좋아져도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일이기에 움직임이 제한되는 이 상황에서 라이브 이벤트 산업은 특히 전멸했다. 나 또한 그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었는데, 공연들이 하나하나 취소되고 끝내 세계적 행사인 SXSW와 코첼라 그리고 글라스톤 베리가 취소되었을 때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공연장의 빈자리를 온라인이 메꿔가기 시작했다.
처음에 온라인을 통한 공연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공연계 종사자들에게는 감을 잃지 않게 하고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그리고 관객들에게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생활의 멈춤을 잠시라도 쉼으로 느끼게 해 주려는 위로. 난생처음 겪어 보는 팬더믹이고 특히 ‘쉼’조차도 ‘뒤처짐’으로 세뇌되어 끊임없이 달리기만 했던 우리 세대에게, 갑자기 찾아온 ‘멈춤’은 큰 당혹감을 주었을 것이다. (갑자기 달고나 커피 만들기 영상에 달려있던 댓글이 떠오른다. ‘나태 지옥에 한국인의 자리는 없다’라던….)
하지만, 사태가 길어지고 심각해지면서 공연계는 단순히 위로가 아닌 살아남기 위해서 온라인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었고 배포하고 있다. 그리고 콘텐츠의 수가 일정량 쌓아지면서 어느 정도 몇 가지 전형이 자리 잡은 것 같다.
전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1. 아카이빙 된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배포
– 한국의 예술의 전당의 ‘SAC On Screen’, 국립 극장 그리고 영국의 국립극장 NT, 뮤지컬 거장의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더 쇼 머스트 고온(The show must go on)’ 시리즈 등.
>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좋아했던 국립 무용단의 ‘향연’과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을 온라인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더 쇼 머스트 고온’ 시리즈 발표
2. 소셜 미디어를 통한 방구석 라이브
– #togetherathome 해시 태그와 함께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 찰리 푸스, 마일리 사이러스, 한국의 10cm, 소란 등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공연을 하는 방구석 라이브를 진행하였다.
– 이러한 방구석 라이브는 여러 뮤지션의 조합으로 하나의 페스티벌이 되기도 하였다. 특히 원 월드:투게더 앳 홈(One world:together at home)은 레이디 가가가 기획한 초대형 온라인 자선 페스티벌로, 엘튼 존, 스티비 원더, 빌리 아일리시 등 글로벌 슈퍼스타들이 약 110여 명이 참여하였다. 나는 영국의 록밴드 퀸의 이야기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에 나오는 라이브 에이드를 실제로 보지 못한 세대다. 따라서 라이브 에이드는 역사 속의 한 사건처럼 느껴지는데, 이 원 월드를 보면서 이또한 다음 세대들에게 재난을 음악으로 극복해 보려 했던 역사 속의 한 사건으로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상상도 해보았다.
원 월드 투게더 엣 홈 : One world together at home / * 창작자의 저작권 문제로 유튜브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 특히 Jessie J가 Flashlight를 부를 때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가리킬 땐.. 정말이지 나를 가리키는 것 같아 성덕이 된 느낌이었다(*성덕 : 성공한 덕후). 우리나라 가수로는 Super M이 출연했는데, 그들의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능숙하고 깔끔한 에티튜드를 보며 역시 에셈……..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3. 무관중 공연의 라이브 송출
무관중 공연의 경우 기존에 아카이빙 해둔 공연이 아니라 관중 없이 공연을 진행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형식의 공연이다. 이 경우는 공연 프로덕션 이외에 방송 프로덕션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따라서, 시청하기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나 공연보다는 방송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의 안드레아 보첼리 공연 생중계
– 이에 대한 예로는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밀라노 두오모 성당에서 진행한 생중계, 영국에서 티켓을 구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 기다렸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참여한 독일 베를린 마이스터 홀에서의 모먼트 뮤지컬(Moment Musical) 시리즈 등이 있다.
Eat Sleep _____ Repeat
rave
코로나로 인해 공연의 온라인화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변한 공연계의 모습을 전적으로 긍정적이게 바라봤었다. 콘텐츠는 부가 가치가 높은 산업이지만, 프로덕트 산업이 가진 안정성을 갖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렇게 온라인을 위해 영상으로 기록되는 공연을 보며, 영상은 무형 콘텐츠를 프로덕트로 변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이는 결국 이 산업을 경제적으로 안정적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온라인은 관객들에게 공연 선택의 스펙트럼을 넓혀주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한다. 그리고 관객의 트랙킹을 손쉽게 하여, 구체적 관객 개발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나 같은 공연 freak에게는, 놓쳤던 공연과 찾아가기에 제약이 있었던 공연 그리고 다시 보고 싶었던 공연을 마음껏 볼 수 있게 해 줘 정말 황홀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온공태기가 오기 시작했다 (*온공태기 : 온라인 공연 권태기, 방금 만듦) .
너무 많은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관객 개발(Audience Development)’과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의 관점에서 파헤쳐 보면 그 이유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19년 경험 설계 회사 Imagination 이 발표한 Experiential trends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은 점점 더 기계와 친해지고 있다. 하지만, 앱스토어가 생긴 지 약 10년이 지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의 진정성과 실제성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기계를 통해서도 사람 사이의 끊임없이 소통을 하고 싶어 함을 밝혔다.
– Screen to Real
– Physical Experience
– Real to Real
<Experiential trends 2019>
즉, 세상은 디지털화되어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스크린보다 만남을 갈망하기 시작했고, 여전히 신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원하며, 실제가 더 실제 다워 보이길 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에게서도 이러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16년 AEA Consulting 이 발표한 Live to Digital 보고서는, 관객들은 디지털이 라이브를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 둘의 명확한 경험의 차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디지털 공연은 경제적이고 편리하지만, 현장감(Liveness)이 없음을 강조하며 디지털 공연의 증가는 라이브 이벤트의 수요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별개의 매체라고 분석했다.
즉, 영상 공연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영상과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콘텐츠는 라이브 콘서트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NPR의 Tiny Desk Concerts 또는 네이버 온 스테이지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여지지 현장 공연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공연 플랫폼은 발전하고 있지만, 현장감에 대한 관객들의 여전한 갈증은 드라이브 인 콘서트(Drive-in Concert)라는 대안을 제시하게 했다. 드라이브 인 콘서트는,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많이 진행되며 자동차 극장의 콘서트 판으로 보면 된다. 차 안에서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되 스크린이 아닌 직접 무대를 바라보고 공연을 보며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콘서트의 형태다.

[출처 :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진행한 매즈랭거(Mads Langer) 페이스북]
하지만, 앉아서 보는 공연 장르 외에, 즐긴다는 느낌이 강한 콘서트나 페스티벌의 관객에게 이 방법은 여전히 허전함을 준다. Physical Experience가 부족한 것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액션을 취할 때 그 콘텐츠에 집중하게 되고, 콘텐츠에 관여하게 되며 그에 대한 경험의 지속력을 증가시킨다. 이는 경험 경제에 관련된 이야기뿐 아니라 마케팅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페스티벌 마니아인 나의 관점에서 이 논리를 페스티벌에 적용해 보면 ‘레이빙(raving)’이 없기에 그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영국에 있을 당시 코로나로 록다운 이 시작되었을 때 방안 갇혀있던 것도 나에겐 굉장한 인내심을 요구했는데, 음악이 나오는 곳에서 움직임이 제한되는 건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갈증은 나만 느낀 게 아닌 것 같다. 다영역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Production club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 바이러스 슈트 MICRASHELL을 제안하였다.

<Production Club의 Micrashell>
재밌다. 아직은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코로나의 종결을 페스티벌의 재개장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페스티벌 마니아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한 제품인 것 같다.
이처럼 라이브 이벤트 업계는 공연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노력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과 채워지지 않는 결핍 들은, 이 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법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 따라서, 지금 현재 공연계는 거의 전멸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으나, 이 상황을 하나의 징검다리로 인지하고 쇼가 계속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나갔으면 한다.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인 산업이라고 믿고 있으니 이 어려움을 상상치도 못한 방법으로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쇼는 계속될 것이고, 관객들은 다시 쇼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조윤지 문화 기획자/프로그래머, 슬리퍼스 써밋
감자, 너 나무에서 자라니?
요즘 도시 아이들은 감자가 나무에 달린다고 생각한다.
감자튀김, 감자 칩, 매쉬 포테이토의 형태로만 감자를 접해본 아이들은 감자가 뿌리 식물이며 땅속에서 수확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심지어 감자가 감자 칩 모양으로 생겼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영국 유학 시절 런던에 놀러 온 친구와 재래시장을 찾았는데, 줄기가 달린 당근을 보고는 당근인 줄 못 알아보았다. 이렇듯 우리는 먹거리가 어떻게 자라고 수확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우리는 식탁에 오르는 음식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알고 있을까. 흙과 먼지가 깨끗이 제거되어 정리된 채소와 과일, 도정을 마친 육류와 어류는 공장에서 찍어낸 플라스틱 제품과 같다. 이처럼 재료의 원산지와 성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바다에서 갓 잡은 고등어, 과연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머리와 꼬리를 잘라 손질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 만약 나의 동생에게 생 고등어를 저녁 재료로 줬다면 기겁했을 것이다.
빅토리아 가든

빅토리 가든은 제1, 2차 세계 대전 중에 미국과 영국의 시민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음식 자원을 더 많이 생산해 내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졌던 캠페인으로,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사람들은 빅토리 가든을 만들어 가족이나 친구들, 이웃들이 먹을 채소를 직접 길러 먹었다. 마당이 없는 가정과 함께 밭을 일구고 연대하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냈다.

폭탄이 떨어진 구덩이와 기찻길 옆 그리고 도심 속 공원도 밭으로 개간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는, 40%에 달하는 식량이 이 빅토리 가든을 통해서 수확되었다고 한다. 필요한 식량을 직접 수확하면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생활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 것이다.
1988, 그 시절 우리는
현대인들은 오직 편리를 위한 공장식 사회 시스템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식량 생산과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하는 방법을 잊어가고 있다.

2015년 흥행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에는 뭐든지 고치는 맥가이버 ‘정봉이 아빠’에 대한 에피소드가 그려지며 망가진 티브이부터 드라이기 그리고 막힌 변기까지 척척 고쳐낸다. 그 시대 사람들, 예를 들어 나의 외할머니가 덧버신을 몇 번이고 기워 신으시는 모습에서 무엇이든 절약하고 고쳐 쓰는 방식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대조적으로 현재는 계획적인 노후화가 적용된 생산품이 증가함에 따라 수명이 짧아지고 폐기물이 쌓여가는 속도도 가속되고 있다. 한 가지 예로 패스트 패션은 값싼 원자재와 낮은 품질의 저렴한 제품을 선보이며 수선하는 비용보다 옷을 새로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이게 되었다.
원시에서 진보적 문명으로 이행하면서 인간은 자연에 대한 지배를 선포했고 이로 인해 성장 제일주의가 사회 깊은 곳에 자리 잡으면서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발전이라는 생각이 사회에 뿌리 깊게 내려앉았다. 자연을 오직 우리의 뱃속과 호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자원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하나뿐인 지구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파괴되고 있다.
코로나 19, 지금 우리는
지금 지구는 자신을 야금야금 파먹으며 병들어가게 하는 인간에 대한 면역체계가 발동된 듯하다. 기후 온난화로 극변 한 날씨부터 멸종되어가는 동식물의 개체수 더 나아가 잦아진 신종 바이러스의 출몰이 극적인 예시다.
빌 게이츠는 open letter에서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 19’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코로나 19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물질 위주로 변했는지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는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을 식료품과 물, 약과 같은 본질적인 것이지, 때때로 필요도 없이 가치를 부여하는 사치품들이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슈퍼에서 가장 먼저 자취를 감춘 것은 식료품과 약 같은 생활필수품이었다. 부유한 계층도 백화점에 가죽으로 된 명품 백을 사러 가는 대신 제일 먼저 식료품점을 찾았다.
빅토리 가든, 앞으로 우리는
전시 상황에 준수하는 현 팬데믹 사태는 전 세계의 이기주의를 적나라하게 들추어냈다. 생필품 사재기 현상과 인종주의에서 비롯된 차별과 범죄 그리고 통제된 국경은 굳게 닫힌 우리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또한 산업화된 농경 시스템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생필품과 함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바로 씨앗이다. 미국에선 팬데믹으로 인한 도시 봉쇄가 강행되면서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유통에 차질이 생기면서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대안으로 사람들은 자신들의 뒤 마당에 ‘빅토리 가든’을 만들기 시작했다.
https://www.cbsnews.com/news/coronavirus-seeds-americans-grow-food/

단순화되고 단일화된 산업화 시스템에 맞춰 바뀌어버린 우리의 의존적인 삶을 자연과 융합된 주체적인 삶으로서 변화시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시작점으로 베란다나 뒷마당에 빅토리 가든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떠할까?
지금까지 지구는 기후 위기와 같은 다양한 경고를 보내고 있었고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절제된 삶을 추구하며 자연에 대한 존중의 자세를 가지고 이를 통하여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미래를 이끌어나갈 세대들에게 농작물에 대한 흥미를 높여 먹거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며 더 나아가 자연과 사람의 연결고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경아 환경 운동가/영상 감독, 슬리퍼스 써밋
A more ‘tailor-made’ trip, a trip for meditation and new experiences for mental and physical healing rather than any handbags, apparel, watches, or jewelry. More and more people are beginning to pursue values of experience rather than material possessions. Development of technology and internet has made new experiences that were once just imaginable now realisable, which led to numerous experiential services coming out every day. People across the world is now connected as one. Shopping for clothes on the screen that perfectly fits me and getting international deliveries in a matter of a few days is now considered normal. In addition, VR has enabled us to experience the space and to become another animal; to see the world from their point of view. All these spectacle experiences are ready and accessible for anyone in the world nowadays.
The new experiences that people are willing to obtain can be divided into diverse directions. The most striking trend is “digital detox and disconnection”. We now live in a high-tech, convenient world where everything is connected, but ironically, a lot of people sometimes feel like breaking away from all this technology. Everything is excessively connected thus making everything faster. This is making it harder for people to concentrate on themselves. Obsession to create and connect something virtual rather than something real has aroused individuals’ loss of humanity and feeling of fatigue. Nostalgia for something sentimental and something real that one can touch became bigger, thus offline experiences where we can feel life fulfillment and mindfulness is becoming big again.
1. Concentrating on myself
There are moments when you feel small, when you feel skeptical about everything; your life yourself and everyone else. Moments when the city noise feel louder and when you feel like hiding somewhere where you can finally put your body and mind at ease. However, finding the optimal place to get away the sense of futility coming from your daily life; the place to solely concentrate yourself is not easy. Companies are starting to catch this need; more and more companies are starting to provide individualised places and time for people who need this space.
“Get Lost” Credit : Black tomato
“Bring it back” Credit : Black tomato
An American travel agency called ‘Black tomato’ suggests an unconventional trip with phrases like ‘Get lost on purpose’ and ‘Bring it back’. ‘Get lost’ is a programme where you are cut off from the rest of the world. You get to explore polar regions, jungles, deserts, mountains and beaches on your own. Travelers’ location and condition are traced by the safety net made by the Black Tomato team, so there is no need to worry about one’s safety. People get an opportunity to purely concentrate on themselves and explore the nature with their own ability.
The programme ‘Bring it back’ has a purpose to ‘go with a question and bring back the answer’. This programme was designed to enable people to find their answers to questions they wish to solve in their lives. If you want answers to questions about your business go to South Iceland, if you want answers to questions about how to be more creative, to Morocco, and if you want to find answers to questions about finding work-life balance, to Copenhagen. They consist of common questions that everyone would have at least thought about once in their life. This attractive programme allows people to not only find answers but also to spend time in great locations around the world.
Credit : Off The Grid Travel
There are also increasing number of travel agencies which provide trip programmes where people get to break away from electronics and transmission medium so they can solely concentrate on the nature and not anything else. A travel agency called ‘Off the Grid Travel’ specializing in the South Pacific made programmes to go to AITUTAKI, FREYCINET, and SAMOA. These places are unfamiliar, but they were picked after the travel agents went there for themselves. There are ‘off the Grid levels’ marked in each destination so customers can choose how much disconnection they want.
Only for Burning man, tens of thousands of people gather in the middle of a desert and form a community every year. And now, similar festivals to this are continuously being created. One of the reasons to this popularity is probably ‘living in a vacuum’. Businessmen, artists, musicians who have priceless value spend their time and money to participate in Burning man. Inside this festival, they survive as a single member, build their independence and might also find their new selves. Participants of Burning man have commented that they have gained tremendous experiential, mental value from this programme and that they would love to go again next year. This shows us how time away from the world; time to concentrate solely on oneself is becoming significant to more and more people.
2. Going in the previously considered dangerous nature
Wild lions, tigers, grassland with zebras galloping around, safari, mysterious turtles in the deep sea, and starting a day with tropical fish was something previously thought to be only seen on National Geographic. VR can reproduce places in nature that wasn’t approachable by human in the past so that we can experience these places in the cities, but it’s not 100% real. It does not fully satisfy people who really want to feel and experience the wonders of nature itself. People yearn for satisfaction of going somewhere where others haven’t, and also for a breakaway from this busy city full of artificial components. These are probably why they search for ways to co-exist with the nature.
Credit : Yellow zebra safaris
Credit: THE HEART OF EUROPE 2019/Floating Seahorse
Even compared to 2-3 years ago, the number of companies that provide Safari tours has increased dramatically. Some have set ‘Safari tours’ as an option that customers can add, and some companies like ‘Yellow Zebra Safaris’ only provide Safari tours. Most companies mainly focus on perfect safety and letting their customers stay in a pleasant, almost overly furnished camp while savoring the nature. The service can vary according to costs and programmes, but in some programmes, people get on light aircrafts to move from camp to camp or bathe right in front of wild animals and watch them move. These are all proven to be perfectly safe as well. If you look at the websites of these travel agencies or look up the pictures of customers of these programmes, you will be amazed at how extraordinary they are.
People’s greed for a more special vacation and longing for the nature lead to the creation of ‘Floating Seahorse’, a floating 3-story ultraluxury villa. These villas were built along the beach in Dubai which is known as the heart of Europe. The rooftop of the hotel is at sea level, and the bedrooms and bathrooms beneath them are surrounded by glasses, not walls, so the residents can see the surrounding breathtaking scenery under the sea. They wake up surrounded by marine creatures, and they practically live in it. This luxurious villa is sold at 2.8 million dollars, but its high cost didn’t keep it from being sold out as soon as it was introduced to the public in 2015.
3. Exploring the unknown world out of curiosity
Technology can be developed exceeding the intelligence of human, but creativity and curiosity will always only be ours. Curiosity can lead to wanting new things, and these demands can be met by using creativity. From a long time ago, many have been interested in the unknown world; the world we cannot reach. The developing technology along with creativity is now making it possible to solve these curiosities.
Credit: ANDREA GATTI
In accordance to this, there are also services that were designed to fulfill the curiosity of the wealthy who wanted to see the historical scene down in deep sea which none has seen before. A London-based tourism company called “Blue Marble Private” and a American company called “OceanGate” are discovering the Titanic, which sank due to a shipwreck from a shipping disaster in 1912, and the ship is located under the Atlantic Coast. Many remains of historical events from the past, buried deep in the sea out of our reach are now being discovered and used as an attractive tourism spot. A good example of this would be taking a look at the Titanic for eight days 4,000 meters under sea level on submarines specially made with carbon fiber and titanium. The expected price for this is 76570 pounds, which, considering the inflation over the years, is similar to the amount paid by the first class passenger of the actual Titanic in the past.
Credit: Zero 2 Infinity
While some of the services are provided in the deep ocean, new services for outer space like the balloon flight are being developed as well, and this particular service is at the hands of the Spanish company Zero2Infinity. To make space traveling happen, this company is pouring in a lot of effort to develop, launch and test rockets.
These offline experiential services can’t actually be considered as easily affordable for most people. These services are now only targeted to a minority of people, but the fact that more and more people are willing to pay these huge amounts of money for these services is telling us that this trend is becoming bigger. Loss of humanity coming from the development of technology and stress from the busy lives in the city are problems that everyone living the world now can relate to. It’s not something that just a few are experiencing. So, with no doubt, increasing numbers of people will want time for themselves; they will want some kind of concentration that takes them away from daily stress. What more new offline experiences to come? How will it change, come and go?
By Yeony Do